현미밥은 천천히, 오래 나를 채운다
요즘은 빠른 게 좋다는 말이 익숙하다. 빠른 배송, 빠른 변화, 빠른 결과.
그래서일까.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도 나 역시 조급했다. 며칠만에 몇 킬로그램 빠졌는지에 집착하고, 하루라도 체중이 정체되면 자책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한 그릇의 **현미밥**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천천히 먹어도 괜찮아. 오래 가는 게 더 소중한 거야.”
현미, ‘천천히’를 가르쳐준 밥
현미는 흰쌀보다 껍질이 더 많이 남아 있어 처음엔 식감이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졌다. 어릴 때는 '밥이 왜 이렇게 뻣뻣해?' 싶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질감이 좋다. 꼭꼭 씹어야 하니까, 밥을 천천히 먹게 되니까.
현미는 흰쌀과는 다르게 정제되지 않은 곡물이기 때문에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 덕분에 **몸이 필요한 걸 더 오래, 더 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포만감의 비밀: 식이섬유
현미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100g당 3.5g 이상의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장 건강을 도와주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식이섬유는 물과 만나 팽창하면서 포만감을 준다. 그래서 같은 양을 먹어도 흰쌀밥보다 훨씬 더 든든하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끼는 공복감이 무서운 사람에게 현미는 부드럽고 조용한 방패가 되어준다.
혈당의 파도 대신, 잔잔한 리듬
흰쌀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먹자마자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그만큼 빠르게 떨어지면서 허기를 유발한다.
반면, 현미는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저당지(GI) 식품**이다. 그래서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막아주고, 하루 전체의 식욕도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실제로 현미를 아침에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오전 간식 생각이 거의 사라졌다. 점심 전까지 속이 편안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천천히 소화되어 오래 간다
현미는 소화 속도도 느리다. 그 말은 곧, **천천히 흡수되며 오랜 시간 포만감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식사 후 1~2시간 만에 다시 출출해지는 일 없이 4~5시간 정도 든든하게 버틸 수 있다. 식사와 식사 사이가 길어도 과식이나 간식에 흔들리지 않게 되는 건 현미 덕분이다.
현미밥으로 시작하는 다이어트 루틴
요즘의 나는 압력밥솥에 현미밥을 짓는다.
현미만 100% 넣는 날도 있고, 렌틸콩이나 귀리를 20~30% 섞는 날도 있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식감에 따라 조금씩 조절한다.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해두고, 식사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현미밥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고 단단하다.
마음도 천천히, 오래 채워지는 느낌
현미밥을 먹는 일은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다.
무언가를 천천히 씹는 동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도 정돈된다.
과거엔 한 끼 식사조차 조급했지만 지금은 밥을 짓고, 기다리고, 뜨거운 김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아졌다.
그리고 밥 한 숟갈, 또 한 숟갈. 나는 천천히, 오래 나를 채운다.
마무리하며
다이어트를 한다고 덜 먹고, 빠르게 빼고, 자꾸 나를 몰아붙이던 시간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오늘도 현미밥처럼 천천히 익고, 천천히 소화되고, 오래오래 내 안에 남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몸도, 마음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밥 한 그릇.
— 밥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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